기록
빌리를 소개합니다
검증을 통과한 신호만 남기기로 했습니다. 제가 만든 AI 트레이딩 파트너 이야기.
먼저, 오늘 한 일부터
저는 빌리(Billie) 라는 이름의 AI 트레이딩 파트너를 만들어서 매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알람 11종을 검증 기준에 맞춰 처음부터 다시 세우기로 했습니다.
몇 달 동안 매일 울리던 알람입니다. 감마 구조가 바뀌면, 벽이 이동하면, 특정 패턴이 나오면 화면에 뜨던 것들입니다. 그걸 전부 껐습니다.
제대로 채점해 보니, 아직 제 기준을 통과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빌리 소개를 이렇게 시작하는 게 뜻밖으로 보이실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이 도구가 이렇게 도움이 됩니다"로 시작하니까요.
그런데 이게 빌리가 하는 일의 정확한 예시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시작합니다.
1. 빌리가 무엇인가
한 줄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매일 자기 판단을 기록하고, 나중에 그게 맞았는지 스스로 채점하는 시스템.
빌리는 종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매수·매도 신호를 주지도 않습니다.
빌리가 하는 일은 "오늘 시장이 어떤 구조인가"를 관찰해서 기록하고, "내가 어제 뭐라고 했는지"를 기억하고, "그게 맞았는지"를 나중에 확인하는 것입니다.
구성은 이렇습니다.
| 부분 | 하는 일 |
|---|---|
| 관찰 | 옵션 시장의 감마 구조·자금 흐름을 분 단위로 기록 |
| 아침 리포트 | 개장 전, 오늘의 구조와 경계선을 정리 |
| 규칙 점검 | 내가 정한 규칙에 어긋나는 진입인지 확인 |
| 기록 | 진입 이유·판단 근거를 그날 그대로 남김 |
| 채점 | 시간이 지난 뒤 그 판단이 맞았는지 자동 평가 |
| 복기 | 장 마감 후 그날의 판단과 실제를 대조 |
마지막 두 개가 핵심입니다. 관찰과 기록은 다른 도구도 합니다. 채점과 복기가 빌리의 존재 이유입니다.
2. 왜 만들었나
시장 데이터는 넘치는데, 내 판단 기록은 아무도 안 남깁니다
옵션 시장 데이터를 주는 서비스는 많습니다. 감마 구조를 보여주는 곳도 여럿이고, 대부분 저보다 훨씬 잘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느 것도 이걸 기록해 주지 않습니다.
"나는 어제 오전 9시에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 "그 판단은 맞았는가."
저는 3년 넘게 트레이딩을 하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실수인지는 말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느낌은 증거가 아닙니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고, 그 기록을 자동으로 채점하게 만든 것이 빌리입니다.
두 번째 이유 — 내 기억을 못 믿겠어서
트레이딩 기록을 손으로 쓰면 무의식적으로 편집이 됩니다.
이긴 날은 자세히 쓰고, 진 날은 짧게 씁니다. "그때 이러이러해서 들어갔다"고 쓰는데, 사실은 결과를 알고 나서 재구성한 이유인 경우가 많습니다.
빌리는 진입하는 그 순간의 시장 상태를 통째로 저장합니다. 나중에 제가 뭐라고 기억하든, 그 시점의 숫자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제 기억과 기록이 달랐습니다. 대부분 제 기억 쪽이 틀렸습니다.
3. 빌리가 실제로 저를 돕는 방식
① 제가 잊은 제 원칙을 꺼내 옵니다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계좌 규모를 줄여서 새로 시작하려는데, 빌리가 리스크 규칙이 안 맞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저는 반박했습니다. 그리고 제 반박이 맞았습니다 — 빌리가 담보와 예상손실을 혼동하고 있었거든요.
빌리는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내지 않고 이렇게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진짜 쟁점은 리스크 크기가 아니라 '며칠치 실탄인가' 입니다."
그리고 제가 두 달 전에 직접 써 둔 문장을 꺼내 왔습니다.
"계좌 상한은 최후 방어선이지 일일 규칙이 아니다. 하루에 박스가 비고 복구 실탄이 없다."
저는 그 문장을 잊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제가 현재의 저를 반박한 셈입니다. 빌리는 그 둘을 연결해 줬을 뿐입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AI 협업의 실제 모습입니다. AI가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내 기록을 나보다 잘 기억하고 내가 놓친 연결을 만들어 줍니다.
② 제가 못 보는 규모의 검증을 합니다
오늘 빌리의 알람 승률을 채점하다가 이상한 걸 봤습니다. 신호 네 개가 승률 100% 였습니다. 55건에 오답 0건.
기쁘지 않았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시장에서 55번 연속으로 맞는 신호는 없으니까요.
빌리와 함께 파고들었더니 채점 코드에 종목 필터가 빠져 있었습니다. S&P 500과 QQQ가 같은 칸에 섞여 있어서, 하락 신호가 무조건 적중 처리되고 있었습니다.
329건을 다시 채점했습니다. 100%였던 것들이 7~36%로 무너졌습니다.
이게 혼자였으면 못 찾았을 일입니다. 코드가 수만 줄이고, 채점 로직은 제가 매일 들여다보는 곳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빌리가 알아서 찾아준 것도 아닙니다. 시작은 제 질문이었습니다 — "이 100%짜리 네 개는 정확히 무엇을 측정하는 건가요?"
③ 제 책의 오류를 찾아 줬습니다
제가 2023년에 낸 책에 이런 원칙을 썼습니다.
"위험 감당 범위와 목표 수익의 비율이 1:3 이상이 되어야 한다."
빌리와 리스크 계산을 하다가 알았습니다. 이건 옵션을 살 때의 기준이고, 팔 때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제가 지금 매일 하는 건 파는 쪽입니다. 제 1권의 원칙과 3권의 전략이 3년째 서로 안 맞는 상태였습니다.
개정증보판에 이 계산을 부록으로 넣기로 했습니다.
4. 빌리는 매일 어떻게 자라는가
빌리는 학습 모델이 아닙니다. 스스로 똑똑해지지 않습니다.
대신 규칙이 쌓입니다.
무언가 잘못되면 — 손실이 나거나, 판단이 틀렸거나, 도구가 버그를 냈거나 — 그때마다 왜 그랬는지를 문서에 적습니다. 그리고 그 문서를 빌리가 매번 읽습니다.
그래서 빌리의 문서는 대부분 실패의 목록입니다.
- 어떤 날 목표를 채우고도 욕심으로 추가 진입해서 크게 잃었다 → "목표 달성이 청산 사유가 될 수 없다"
- 아침에 판단한 시장 구조를 장중에 바뀌었는데도 그대로 밀고 갔다 → "체제가 바뀌면 즉시 전략을 바꾼다"
- 같은 날 같은 전략인데 배치만 달라서 한쪽은 벌고 한쪽은 잃었다 → "방향이 맞아도 위치가 틀리면 진다"
이런 문장이 지금 수십 개 쌓여 있습니다. 빌리가 매일 아침 이걸 전부 읽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기각된 것도 남깁니다. 이게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세운 가설 중 상당수가 검증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럴듯해 보였는데 표본을 넓히니 사라진 것들입니다. 그것들도 "왜 기각됐는지"와 함께 남겨 둡니다. 안 그러면 6개월 뒤에 같은 아이디어를 다시 냅니다.
5. 빌리가 아직 하지 않는 것 — 이게 더 중요합니다
정직하게 적겠습니다.
① 빌리는 방향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늘 알람을 다시 세우기로 한 이유입니다. 방향 예측은 이 시스템이 잘하는 일이 아니고, 저는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② 빌리가 잘하는 건 "경계"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여기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위로 간다"는 말은 못 합니다. 저는 이 구분을 지키려고 합니다.
③ 빌리도 저와 함께 배웁니다. 오늘만 해도 리스크 계산을 두고 서로 다른 결론을 냈고, 토론 끝에 더 나은 규칙에 도착했습니다. 한 번의 어긋난 지적이 더 좋은 질문을 데려온 경우였습니다.
④ 빌리의 역할은 기록입니다. 빌리는 제가 규칙을 지켰는지 남겨 줍니다. 지키는 것도, 결과도 제 몫입니다.
6. 왜 이걸 공개하나
AI로 글 쓰고 코드 짜는 건 이제 누구나 합니다. 그건 기본값이지 우위가 아닙니다.
제가 복제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쪽입니다.
자기 아이디어를 데이터로 반증하려고 애쓰는 쪽.
"이 신호 괜찮은데?"에서 멈추지 않고 "그럼 이게 틀렸다는 걸 어떻게 확인하지?"까지 가는 것. 그리고 틀렸다고 나오면 끄는 것.
오늘 알람을 정리하면서 화면이 조용해졌습니다. 몇 달을 매일 울리던 것들이니까요.
그런데 검증을 통과한 신호만 남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앞으로 다시 울리는 알람은 전부 기준을 넘은 것들일 테니까요. 그게 더 기대됩니다.
앞으로 여기에 쓸 것
이 블로그에는 빌리와 함께 하는 작업을 계속 기록하려고 합니다.
- 규칙 로그 — 오늘 규칙을 지켰는가 / 어겼는가. 수익률이 아니라 규칙입니다. 지는 날도 기록이 됩니다
- 규칙의 탄생 — 가설을 세우고 → 검증하고 → 채택하거나 기각한 과정. 기각된 것도 전부 남깁니다
- 빌리가 틀린 날 — 이게 아마 제일 재미있을 겁니다
"돈 버는 법"을 쓰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저도 계속 배워 가는 중이니까요.
대신 "이걸 해봤고 여기 결과가 있다" 를 쓰겠습니다. 잘된 날도, 배운 날도요.
※ 빌리는 제 개인 트레이딩 기록·검증 도구이며, 투자 자문이나 매매 신호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도구를 만들고 쓰는 과정의 기록이며, 특정 종목이나 매매의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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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적 미국옵션트레이딩 II. 전략편 — 실제로 주문을 넣어보고 싶다면
- 전략적 미국옵션트레이딩 III. 고급전략편 — 횡보장에서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다면
예전 글은 티스토리에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이곳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optiontrad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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