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AI와 리스크 규칙을 두고 토론했더니, 더 나은 규칙이 나왔습니다
빌리가 이의를 제기했고, 반박했고, 그 다음에 진짜 쟁점이 나왔습니다.
1. AI의 첫 제안
새 계좌를 하나 분리해서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규모는 작게, 규칙은 그대로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제가 쓰는 AI 어시스턴트에게 계획을 말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 규칙이 계좌에 안 맞습니다. 하루 최대 리스크 한도가 계좌의 50%가 됩니다. 하루에 계좌 절반을 걸 수 있는 규칙입니다. 2연패면 계좌가 비어요."
숫자만 보면 맞는 말입니다. 계좌를 절반으로 줄였으니 같은 한도가 두 배 비중이 되니까요.
그런데 저는 다르게 봤습니다.
2. 제 반박
두 가지를 말했습니다.
① 정의된 리스크는 '예상 손실'이 아니라 '담보'입니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진입하는 순간 최대 손실이 확정됩니다. 그리고 그 금액이 증거금으로 잠깁니다.
즉 "계좌의 50%를 리스크에 노출한다"가 아니라, "애초에 그만큼만 따로 떼어놓고 시작한다" 입니다. 잃을 수 있는 최대치를 미리 계산해서 격리한 것이지, 계좌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아닙니다.
② 옵션은 1:1의 리스크 없이는 그만큼 벌 수 없습니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구조적으로 이기는 금액보다 지는 금액이 큽니다. 5포인트 폭 스프레드에서 크레딧 1.90을 받는다고 하면:
| 계약당 | |
|---|---|
| 최대이익 | $190 |
| 최대손실 | $310 |
| R:R | 1 : 0.61 |
리스크를 절반으로 줄이면 수익도 정확히 절반이 됩니다. "안전하게 조금만 걸자"는 말은 옵션 매도에서는 "조금만 벌자"와 같은 말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3. AI의 답 — 다시 계산
돌아온 답의 첫 줄이 이랬습니다.
"언니 말씀이 맞습니다. 제 '50%' 프레이밍이 틀렸어요. 두 가지를 섞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섞었는지 설명했습니다.
담보(collateral)와 예상손실(expected loss)을 혼동했습니다. 크레딧 스프레드의 최대 리스크는 진입 시점에 확정되고 증거금으로 잠기는 금액이지, "이만큼 잃을 것으로 예상한다"가 아닙니다.
R:R 지적도 인정하면서, 제가 말로만 했던 것을 숫자로 정리해 줬습니다.
손익분기 승률 = 310 ÷ (310 + 190) = 62%
| 승률 | 계약당 기대값 |
|---|---|
| 85% | +$115 |
| 70% | +$40 |
| 62% | 0 (분기점) |
| 50% | −$60 |
그리고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이 전략은 R:R이 유리해서 버는 게 아니라, 승률이 높아서 법니다."
이 문장을 보고 저는 제 전략을 다시 이해했습니다. 저는 승률 85~90%를 목표로 잡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높아야 하는지를 이 계산이 설명해 줍니다. 62%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이 구조는 돈을 잃습니다.
4.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AI가 인정하고 끝냈으면 그냥 "AI가 틀렸다"는 이야기였을 겁니다.
그런데 인정한 다음에 이렇게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진짜 쟁점은 리스크 크기가 아니라 '며칠치 실탄인가' 입니다."
그리고 제가 예전에 직접 써 둔 원칙을 인용했습니다.
"계좌 상한은 최후 방어선이지 일일 규칙이 아니다. 계좌 전액을 일일 한도로 쓰면 하루에 박스가 비고 복구 실탄이 없다."
같은 논리를 지금 계획에 대면 이렇게 됩니다.
| 계좌 | 일일 한도 | 실탄 |
|---|---|---|
| 기존 계획 | 그대로 | 3일 |
| 줄인 계좌 | 그대로 | 2일 |
한도를 다 쓴 최악의 이틀이면 계좌가 빕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더 붙었습니다.
"0DTE 크레딧에서 최대손실은 이론적 꼬리가 아닙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어느 하루, 제가 진입한 스프레드 여러 건이 만기에 전부 최대손실로 정산됐습니다. 만기까지 가면 ITM인 순간 그냥 최대손실입니다. 롱 옵션처럼 "일부만 잃는" 중간이 없습니다.
즉 최대손실은 가끔 일어나는 극단이 아니라, 지는 날의 기본값입니다.
5. 결론 — 금액이 아니라 '실탄 일수'로
AI의 제안은 한도를 낮추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기준을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계좌 ÷ 일일 최대 리스크 한도 ≥ N일
금액으로 규칙을 쓰면 계좌가 바뀔 때마다 규칙이 어긋납니다. 비율로 쓰면 계좌가 커지든 작아지든 규칙이 따라옵니다.
저는 N = 3일로 정했습니다.
이 방식의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계좌가 커지면 최대 리스크 한도도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지금은 작게 시작하지만, 계좌가 자라는 만큼 걸 수 있는 크기도 같이 자랍니다. 규칙을 다시 협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 대신 대가도 명확합니다. N을 크게 잡을수록 계약 수가 줄고, 그만큼 하루 최대 수익도 줄어듭니다. 제가 처음에 반박했던 "그만큼 벌 수 없다"는 문제가 여기서 다시 나타납니다.
공짜 점심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제 그 교환관계를 숫자로 보고 고른 것입니다.
6. 이 과정에서 제가 배운 것
AI도 저와 함께 배웁니다
AI의 첫 진단은 다시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담보와 예상손실을 함께 묶어 본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반박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규칙을 불필요하게 조였을 것이고, 왜 조이는지도 모른 채 조였을 겁니다.
반대로 제가 반박만 하고 끝냈다면? 2일치 실탄 문제를 못 봤을 겁니다.
한 번의 어긋난 지적이 더 좋은 질문을 데려왔습니다.
반박은 데이터로 해야 합니다
제가 "느낌상 50%는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면 대화가 거기서 끝났을 겁니다.
제가 말한 건 구조였습니다. "정의된 리스크는 담보다", "R:R이 1:0.6이라 리스크를 줄이면 수익도 줄어든다". 이건 옵션의 작동 방식이지 제 의견이 아닙니다.
구조로 반박하면 AI가 계산으로 답합니다. 그 계산이 손익분기 승률 62%였고, 그건 제가 몰랐던 숫자였습니다.
AI가 내 옛날 메모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AI가 제가 두 달 전에 써 둔 원칙을 꺼내온 것입니다. 저는 그 문장을 잊고 있었습니다.
"계좌 상한은 최후 방어선이지 일일 규칙이 아니다."
제가 과거에 내린 결론이 현재의 저를 반박했습니다. AI는 그걸 연결해 준 것뿐입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AI 협업의 실제 모습입니다. AI가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내 기록을 나보다 잘 기억하고, 내가 놓친 연결을 만들어 줍니다.
정리
- 정의된 리스크는 담보다. 계좌 대비 비율만 보고 "위험하다"고 하면 크레딧 스프레드를 잘못 읽는 것이다
- 크레딧 스프레드는 R:R이 유리해서가 아니라 승률이 높아서 번다. 5포인트 폭·크레딧 1.90 기준 손익분기 승률은 62%
- 최대손실은 극단이 아니라 지는 날의 기본값이다. 0DTE는 특히 그렇다
- 리스크 규칙은 금액이 아니라 비율로 쓴다. 계좌 ÷ 일일한도 ≥ N일
※ 이 글은 제 리스크 규칙을 정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며, 특정 매매 기법이나 종목의 권유가 아닙니다. 손익분기 승률 계산은 예시 수치를 사용한 일반적인 옵션 산수입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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